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는 3월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사이버커뮤니케이션 학회와 공동으로 제5회 KISO 포럼『인터넷 댓글에서의 정치행동주의 : 여론공간의 규제는 필요한가?』를 개최했습니다. 조화순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법적인 논의와 함께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여론공간의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했습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나은영 서강대 교수(커뮤케이션학부)는 ‘온라인 여론공간 양극화의 심리적 원인과 대응’ 이란 주제로 현재 인터넷 댓글에서 의견 양극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미디어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자료집 링크 참조)

나은영 교수는 인터넷 공간에서 극단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상대집단과의 차별성을 더 뚜렷하게 부각시켜야 자기 집단의 존재 이유가 생기는 사회정체감 이론(Tajfel & Turner, 1986)등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또한 자기가 원하는 의견만 과도하게 접하게 되는 선택성과 익명성, 정서성 등의 인터넷 특성을 통해 댓글에서 극단화가 심해지는 원인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과 원인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은영 교수는 미디어의 균형적 이용과 정돈된 언어 사용을 제시했습니다. 이용자들은 의식적으로 진보-보수 언론을 다양하게 이용하도록 하면서, 상대 진영의 논리를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언어 표현 형태 역시 극단적 언어가 아닌 ‘정돈된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전반적인 미디어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정필운 교수(한국교원대학교 일반사회학과)가 ‘온라인 여론공간의 규제: 이론과 실제’ 란 주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그 제한 이론들을 헌법적 관점에서 발표했습니다. (자료집 링크 참조)

특히 정필운 교수는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의 인터넷 공간에서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의 이슈 해결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 공간은 법과 같은 전통적 규제 방식뿐만 아니라 기술에 의한 규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인터넷 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률적 규제는 현재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의견을 통해 현재 발의중인 실명제 법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 했습니다.

이어진 토론시간에서 토론자들의 의견 역시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희생하며 규제해야 할 대상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논의가 10년 전 인터넷 실명제 도입 당시의 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댓글에서의 정치적 행동주의나 편향성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적규제는 최소화 하고, 욕설 등 부정적인 댓글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자사 서비스 운영 철학과 목적을 고려하여 서비스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소영 부산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표현의 자유는 보호 되어야 하는 기본권이지만, 법률과 헌법에 따라 그 제한을 할 수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기존 법률적인 검토에서 법적 타당성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더 나아가 규제가 실효성을 가지는가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논의되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법적으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지라도 실제 효과가 없는 규제일 경우에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하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사전 규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식의 사후구제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일권 광운대 교수(미디어영상학부)는 댓글 자체가 여론이라고 보는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론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여론이 존재할 수 있고, 댓글은 여론이 만들어지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안은 인터넷 여론만을 ‘확정된 여론’ 으로 보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넷 상의 규제가 전혀 필요 없다는 주장과, 실명제 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두 가지 주장 모두 극단적이며 효과적인 방안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규제의 필요성 여부보다는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규제를 할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황창근 홍익대 교수(법학과)는 인터넷 실명제의 경우 위헌결정이 났고, 현재 제출된 실명제 법안은 특정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처분적 법률’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법적으로 정당화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법률에 의한 사전규제 방식은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두가 악성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님에도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결국 자율규제와 미디어 리터러시가 가장 적절한 문제 해결법임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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