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쓰기 전 잠시만 여유를 가지세요.

악성 댓글 문제 해결은 잠깐이면 충분 합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미디어 현상을 분석하고
인식개선 및 교육을 통한 대안 제시해 눈길

 

 

KISO는 왜 나은영 교수를 다시 찾아갔나?

지난 3월 27일 오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와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제5회 KISO포럼 : 인터넷 댓글에서의 정치행동주의 : 여론공간의 규제는 필요한가?’ 에서는 특별한 발제자를 모셨습니다. 인터넷 규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미디어 심리학을 전공하신 서강대 나은영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였습니다.

자율규제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KISO는 해당 자율규제가 표현의 자유나 기타 헌법적 가치에서 정당한 사안인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검토해왔습니다. 즉, 법적 검토를 우선해 온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댓글 논쟁, 인터넷 양극화 문제와 그 폐단을 바라볼 때 과연 이런 쟁점들이 법적으로만 해결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주제인 만큼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하고자 법적인 논의와 함께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심도 있게 여론공간의 문제를 다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민감한 현안과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들과 그 개선책들에 관해 시의적절한 논의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의를 유익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 미디어 심리학 분야의 전문가이신 나은영 교수님을 발제자로 선정하고, KISO 포럼이 끝난 뒤 다시 나은영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러 찾아간 것은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왜 여론공간은 서로를 이해하기는커녕 더 대립으로 치닫는가’ 하는 점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수단만으로는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와 인터넷 악성 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였습니다.

나은영 교수는 심리학과 미디어를 전공한 학자로서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점과 다소 모호한 저희의 문제의식에 분명하고 명쾌한 논리를 통해 답해주셨습니다.

나은영 교수는 그동안 인터넷 상의 병폐, 특히 양극화에 맞서 저서 및 논문 그리고 KISO 포럼 등에서 여러 차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목적과 생각은 일정 부분 현재 심리에 따라 작성되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커뮤니케이션과 심리학을 어떻게 연결하게 되었을까? 이것이 KISO가 다시 나 교수님을 찾아간 이유 중 하나였다.

KISO: 교수님께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현상과 미디어 심리학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오셨는데, 그 배경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은영 교수: 사회심리학을 공부하고 미디어 분야에서 가르치면서, 미디어와 심리학을 연결하는 것이 저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미디어 심리학에 관해 심도 있게 연구한 책을 써 보고 싶다는 희망과 노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미디어 심리학을 다른 전공자가 쓰기보다는 심리학을 배우고 미디어 쪽에서 연구를 하는 사람이 집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공을 들여 7년 간 열심히 집필하여 ‘미디어 심리학’ 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집필하는 과정에서 사회현상이 변화함에 따라 그 부분에 대해 미디어가 달라진 부분을 반영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과정이 어렵긴 했지만 그만큼 값진 내용들을 담을 수 있어서 지금까지도 아주 보람된 작업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하게 시작했던 행동들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전 수준에 익숙해져 점점 더 강하게 표출 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인터넷 댓글 역시 약물이나 담배처럼 내성과 금단증상을 포함한 중독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것이 공통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KISO: 최근 사람들이 건강 관련 정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중독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시면서 심리적으로 봤을 때 담배 중독과 댓글 중독의 유사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나은영 교수: 헬스커뮤니케이션은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미디어나 다른 사람을 통해서 건강 정보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며 이용하고 알아보는 일련을 과정들을 모두 포함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중독이 그렇지만 그 행위를 하지 않았을 때 금단 증상이 생기고, 처음에는 약하게 시작했던 행동들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전 수준에 익숙해져 점점 더 강하게 표출 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인터넷 댓글 역시 약물이나 담배처럼 내성과 금단증상을 포함한 중독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것이 공통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은영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에서의 양극화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런데 다양한 의견을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왜 의견의 양극화는 사라지지 않을까?
20년 전만 하더라도 공상과학(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정보기기가 현실화된 21세기.
이처럼 연결된 미디어 환경에서 왜 우리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정보사회 대신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사회를 염려해야 하는 것일까? 나은영 교수는 ‘인간의 심리’를 언급했다.

KISO: 교수님께서 2000년대 초반에 집필하신 논문에서도 미디어내의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시고 연구를 진행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현상에 대해 지금이 이전에 비해 더 심해졌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나은영 교수:지금이 이전에 비해 더 심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양극화 현상은 다양한 분야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령 ‘경제 양극화’ 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것입니다. 저는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의견 양극화’ 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박사 논문을 작성 할 때부터 설득커뮤니케이션이 효과가 없는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곤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과 중요한 신념에 대해 공격을 받으면 설득되기보다 오히려 그 설득 메시지에 대해 반박하는 메시지를 생성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본인이 가졌던 기존의 태도가 강해지게 됩니다.
의견 양극화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으로 생성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소속된 집단의 정체성이 공격받으면 이 정체감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것을 염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설득에 대해 저항하고 정체성을 지키려고 처음 주장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을 두 집단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보았을 때 양쪽이 서로 자기 정체성과 주장만을 고집할수록 양극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미디어가 발전할수록 이용자들은 자기의견과 비슷한 의견을 주는 미디어만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믿고 싶은 걸 계속해서 믿게 되고 그러면서 그걸 지지하는 정보들을 계속 쌓아 가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는 우리의 소통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발전하고 있으며,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미디어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자기의견과 비슷한 의견을 주는 미디어만을 너무 애용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마주하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하나의 미디어를 통해서 자기의견에 찬성하는 것을 접하고, 또 다른 미디어를 통해서도 반복해서 자기의견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접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미디어가 발전하기 전에는 한번만 접했을 본인의 유사 의견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각자 어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기 의견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이 너무나 우려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자정작용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미디어를 더욱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든지 아니면 반대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는 노력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의도적으로라도 반대의견을 접함으로서 이용자들이 궁극적으로는 균형 있고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성숙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현재 이런 현상에 대해 한번쯤 심도 있게 고민하고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너무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미디어만 계속 보면 실제 의견을 착각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자기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생각하게 되어 확증편향이 더 많이 일어나게 됩니다. 즉, 자기가 믿고 싶은 걸 계속해서 믿게 되고 그러면서 그걸 지지하는 정보들을 계속 쌓아 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KISO: 본인과 다른 의견이 포털 등을 통해서 유통이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가 조작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또한 자기 의견과 같은 의견이 편하기 때문에 그 의견을 수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이 규제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다른 의견 역시 의미 있다고 받아들이는 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부조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의견을 버리거나 조금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나은영 교수: 사람은 보통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경우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접하면, 대체로 반대되는 의견을 내 의견과 같은 것처럼 비중을 두고 열심히 읽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다른 의견에 본인이 설득이 되면 내가 가진 의견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 의견은 나쁠 것이다.” 라고 판단해야 인지부조화가 줄어듭니다. 내가 만약 A방향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반박하는 B방향의 의견을 보면, A를 계속 유지하면서 B에 대한 신뢰성을 낮추려고 합니다. 그래야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의견이 옳다는 생각이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심리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계속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 역시 의미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순간 사람의 머릿속에는 부조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의견을 버리거나 조금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사람은 인지적인 일관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전반적으로 사람이 객관적이기 힘들다는 점을 설명해 줍니다. 물론 편견이 강한 사람에게 더 심하게 나타나겠지만,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해도 사람은 어느 정도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바로 인지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뜻입니다. 학술적인 용어로 설명한다면 인지적으로 조화롭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모순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되는 의견의 경우 그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 나쁜 것으로 판단할 때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인지적으로도 조화롭게 인식 하게 되어 그런 현상들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원적 무지는 “실제로는 다수의 개인들이 이미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의견이 소수의 입장일 것” 이라고 잘못 인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은영 교수는 KISO 발제문에 인용된 한 연구에서, 흑인 차별과 관련하여 실제 자기는 인종 차별을 반대하지만 자기 지역의 다른 사람들은 인종 차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과대추론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묻는 현대사회에는 다원적 무지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은영 교수는 아직 한국사회에는 다원적 무지가 많다고 말한다.

KISO: 지난번 토론회에서 교수님께서 발제 해주신 내용 중 ‘다원적 무지’ 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즉,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개념으로 저희는 이해하였습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미디어가 발전 하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원적 무지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더 강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은영 교수: 다원적 무지도 타인의 의견 지각에 대한 오류 중 하나인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자기생각을 지지하는 의견만 찾아서 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선택적 노출’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런 의견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상에는 분명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다양한 의견을 골고루 접하게 되면, 분명히 다원적 무지를 포함한 타인의 의견 지각 오류가 줄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고루 접하기 보다는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의견에 찬성하는 것들을 주로 찾아보게 되니까 실제로 인터넷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의 심리 문제입니다.
우리가 친구들을 만날 때도 내 의견에 토를 달거나 반대하는 친구를 만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내 의견에 맞장구를 쳐주고 찬성해 주는 친구를 찾게 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다양한 미디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의견에 대한 착시가 강해지는 현상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KISO: 반대되는 의견이나 게시물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퍼지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와 문화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게 될지 궁금합니다.

나은영 교수: 반대되는 의견이 처음에는 심리적으로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견의 분포를 살펴보면 내 의견에 찬성하는 의견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내 생각과 다른 정반대의 의견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처음부터 거부감을 주면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따라서 거부감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다른 의견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는 노출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ISO: 합리적인 사람의 경우는 다른 의견을 들으면 내가 가진 생각이 다수의 의견과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편향된 사고를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교수님의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태도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저항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경우 소속 자체가 완전히 정반대인 사람보다 자기와 의견을 같이 하는 쪽에서 다소 온건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설득을 시도하는 것이 조금은 저항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나은영 교수: 사람은 보편적으로 아무리 객관적 이려고 노력을 해도 편향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타인의 의견에 대한 착각이나 선택적 노출 등은 특별히 편견이 많은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오류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즉, 특별히 편견이 강한 사람만 보이는 특성은 아니라는 것이죠.
어느 한쪽의 태도를 너무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태도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저항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경우 소속 자체가 완전히 정반대인 사람보다 자기와 의견을 같이 하는 쪽에서 다소 온건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설득을 시도하면 조금은 저항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강한 태도를 가진 사람은 상대편의 의견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거부반응을 나타냅니다. 또한 이것을 마치 나쁜 의도가 있는 것처럼 왜곡해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과 같은 의견을 가졌다고 믿는 사람 중에서 극단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온건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결국 인간의 심리를 이기는 것은 교육일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미디어를 고루 이용하여 다양한 의견을 듣는 방식의 미디어 교육.
한국에서 여러 단체와 정부기관이 미디어 교육을 실시해왔지만, 왜 미디어 리터러시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인지, 현재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KISO: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 교육을 정부에서도 많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미디어 리터러시가 더 발전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의 견해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지금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 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하지만 현재 본인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았을 때 이것을 한번 검증해 보거나, 다양한 소스를 비교해 크로스 체크를 하는 것과 같은 교육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또한 다른 쪽의 의견을 보고 댓글을 올릴 때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반응을 한 박자 늦춰서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등의 내용을 다룬 교육도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나은영 교수: 이 문제는 어떤 것에 집중을 하는가에 따라 조금 더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미디어 교육은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온 것 같습니다. 즉, 미디어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 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본인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았을 때 이것을 한번 검증해 보거나, 다양한 소스를 비교해 크로스 체크를 하는 것과 같은 교육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다른 쪽의 의견을 보고 댓글을 올릴 때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반응을 한 박자 늦춰서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등의 내용을 다룬 교육도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지난번 KISO 포럼의 발제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댓글을 사용하기 전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넣는 방법처럼 댓글을 작성하기 전에 잠깐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 주는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당장은 심리적으로 화가 난 상태에서 글을 쓰는데 방해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을 극단적으로 사용해 상처를 주는 방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와 같은 시도를 통해 알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런 방식의 교육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언어를 정화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본인 생각과 다른 의견에도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심리적인 교육에 포커스를 조금 더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KISO: 현재 상황을 미디어 리터러시로 풀어가고 해결하는 것과 대안이 된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것만을 대안으로 삼는다면 현재의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에 대한 극복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또한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해 주신 미디어 리터러시를 현실에서 보다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을 수 있을까요?

우선 ‘인터넷 중독’ 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우리 애는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중독은 아닌데”, “나도 많이 쓰기는 하지만 중독은 아니야” 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독’이라는 단어 때문에 문턱이 조금 높아 보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중독’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보다 ‘미디어 현명하게 사용하기’ 등처럼 표현을 순화하면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나은영 교수: 미디어 교육 자체가 점점 더 확대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미디어 교육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과 더불어 조금 더 특화된 세밀한 교육들이 적용되면 유익한 교육의 장이 만들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아이들의 미디어 중독을 우려하는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 역시도 “내가 왜 SNS를 계속 하고 있지?” 라고 반문하며 걱정하는 것을 쉽게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어의 순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인터넷 중독’ 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우리 애는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중독은 아닌데”, “나도 많이 쓰기는 하지만 중독은 아니야” 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다소 자극적인 용어 사용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문턱을 높이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독’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보다 ‘미디어 현명하게 사용하기’ 등처럼 표현을 순화하면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들을 잘 활용할 수 있게 교육을 진행하는 동시에 용어 사용에서부터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ISO: 지난번 토론회에서 지적됐듯이 양극화된 사회에서 정부가 이걸 어떤 형태로든지 규제를 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논의부터 이용자들에게 글을 쓰는 것에 제한까지 두는 방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정부에 의한 규제가 과연 양극화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양극화에 대해서도 “내가 현실을 잘못 봤구나.” 혹은 “이것이 현실과 다를 수도 있겠구나.” 라는 것을 본인이 이해하고 주의하면 상황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율적으로 어떤 의견 지각의 왜곡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은영 교수: 저는 규제 역시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온라인 의견을 왜곡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도 자체가 좋지 않거나, 고의로 좋지 않은 정보를 흘려 팩트가 아닌 것을 모함을 위해 글을 올린다든지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려되는 부분은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 역시 소수의 그런 사람들이 올린 글 때문에 현실의 의견을 왜곡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하다고 생각합니다. 양극화에 대해서도 “내가 현실을 잘못 봤구나.” 혹은 “이것이 현실하고 다를 수도 있겠구나.” 라는 것을 본인이 이해하고 주의하면 상황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율적으로 어떤 의견지각의 왜곡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조금 전 말씀드린 댓글 작성 전 풍경사진을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그런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풍경사진을 넣게 된다면 같은 사진을 매번 삽입할 수 없으니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고, 포털은 이러한 접근 방법에 대해 더욱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입니다. 포털 입장에서는 비용이 일정부분 늘어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극단화된 의견표명으로 인해 소송 등의 지출이 발생하는 것 보다는 사회 정화를 위해 의미 있게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새로운 기술적 아이디어를 모아서 규제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쪽입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용은 당연히 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언론의 책임과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해야 하는 사회비판기능도 중요하지만 제 생각에 사회통합기능 역시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언론으로 인해 사회가 더 분열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당과 B당이 충돌한다, 그리고 같은 당 안에서도 C파와 D파가 다시 대립한다, 이렇게 갈등과 대립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면 흥미롭게 보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보도로 인해 서로 더 미워하는 사회가 된다면 이렇게 자극적인 갈등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사회 통합기능 강조와 함께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투자를 일정 부분 늘리는 것이 양극화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만났던 나은영 교수는 부드러운 인상과 함께 시종일관 밝게 미소 지으며 문답을 이어갔다. 하지만 나교수는 온화한 분위기의 대화 속에서도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읽어내는 혜안을 가지고 날카로운 분석 및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더불어 심리학을 통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단순히 데이터로만 보였던 댓글들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은영 교수는 인간의 심리상 미디어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며, 어느정도는 자연스러운 심리 과정이라고 말했다. 자연상태의 인간은 당연히 자신의 마음이 편한 데이터만을 소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현재의 양극화 및 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심리의 방향대로만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한 미디어 교육과 그것에 적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하는 ‘법적 규제’ 가 아니라, 사업자가 자신의 사회적 책임 아래서 심리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방식의 규제를 나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의 심리를 차분하게 만들면 댓글이 덜 공격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취지로 댓글 작성 전에 차분한 풍경 사진 등을 보여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여서 규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인터넷 기업은 물론 언론의 책임을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