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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리핑/전자신문] 2009 新 인터넷, (1-2) 더욱 강력한 규제…기업 면죄부가 아니다

작성자
kiso
작성일
2009-10-08 11:08
조회
7165
국내에서도 자율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몇 가지 오해가 있는 듯하다.

우선, 자율규제가 정부 규제보다 약하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고, 정부가 권력을 기업에 넘겨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본지 기획팀이 실제로 미국·일본·프랑스·독일 해외 4개국 인터넷 자율규제기구 현지 취재에서 확인한 결과 자율규제는 제대로 실행됐을 때 정부 규제보다 훨씬 더 엄격했다. 또 정부가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며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위한 최선의 규제 프레임워크였다.

이는 미국의 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규제는 법과 제도가 아닌 월마트 입점 기준이라는 말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모바일 인터넷 자율규제 기구 EMA의 료헤이 사무국장은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사이트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MA가 요청한 관리 기준을 따르고 있는지 철저히 확인한다”며 “이를 따를 수 있는 책임의식이 없다고 판단되면 기업 관계자들이 배제된 심사운영감시위원회가 회원사 탈퇴까지 결정할 정도의 강력한 운영이 자율규제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만든 규제 틀을 스스로 어기게 되면 이용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규정을 스스로 내리게 되고 이는 곧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은 자율규제가 훨씬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규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규제보다 강력한 자율규제=51개 인터넷·모바일·검색·이동통신사 회원으로 구성된 독일 자율규제기구 FSM의 역할은 기존 회원사를 관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려는 사업자에게 청소년 보호와 관련된 컨설팅도 제공한다. FSM의 자문과 컨설팅이 의무가 아님에도 정부가 아닌 민간 자율규제기구의 조언으로 서비스 내의 청소년 보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FSM이 사업자에게 권위적인 조치를 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사업자들이 스스로 찾아간다는 점이다. FSM 측은 이를 두고 ‘자율규제의 힘’이라고 믿는다.

이메 파스 FSM 변호사는 “FSM 구성원이 FSM의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해당 기업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철학”이라며 “인터넷은 워낙 빨리 변하고 완벽한 감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지켜 나가는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자율규제는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틀을 갖추고 이를 지켜나갈 때 정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격한 행동강령과 책임의식 갖춰야=우리나라도 올해 7개 포털 사업자들이 회원사로 참여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출범했다. KISO의 출범은 정부 규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자율규제의 싹을 틔웠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강한 정부 규제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워 ‘자율규제’라는 외피만 둘러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국내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각사별로 300∼400명의 모니터링 인력을 갖췄다. 음란·폭력, 저작권 침해, 욕설 등 이른바 유해 게시물 사전 차단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같은 모니터링은 자율규제라기보다는 정부의 법제도와 유해 게시물 게재 방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움직임에 가깝다.

‘즉시 신고하기’ 기능 등을 일부 기업들이 갖췄지만 이용자가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하고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가이드라인은 부족하다. 호주의 경우 10여년 전인 1999년 법제화한 ‘온라인서비스법’에 따라 인터넷상 청소년 보호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법은 호주 인터넷산업협회 등 여러 사업자협회의 행동강령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황성기 한양대 법대 교수는 “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강력한 행동강령을 만들고 정부와의 논의를 거쳐 행동강령을 따르는 기업은 정부 규제보다 자율 규제를 우선 적용받도록 해야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신 자율 규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기업은 행동강령에 따라 강제 탈퇴시켜 정부 규제에 직접 적용받도록 하는 강력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율규제기구 독립성 확보가 관건=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자율규제기구는 이런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 아직 7개에 그치고 있는 회원사 규모도 문제지만 그나마 의견 조율이 어려워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고 있다.
인력과 예산부족은 운신의 폭을 좁게 한다. 7개 회원들이 조금씩 분담하는 예산으로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외 자율규제 기구의 경우 정부와 협치 개념으로 예산을 지원받는 경우, 회비로 충당하는 경우, 자체 수익 모델을 병행하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자율규제 구조는 기구의 존립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중립성과 독립성에서 상당한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보다 많은 인터넷 서비스 이해 당사자들이 자율규제기구 논의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우리 실정에 맞는 자율규제 모델에 대한 논의를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티즌 대표, 시민단체, 콘텐츠사업자 등 이해관계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험회사, 경제단체 등으로 외연을 넓혀 독립적인 위상을 지닌 포괄적인 기구가 구성돼야 한다”며 “현재 7개 회원사 CEO로 구성된 이사회는 자율규제 기구라기보다는 사업자 단체에 오히려 더 가깝다”고 말했다.


[2009 新 인터넷] 해외 기업들의 자율규제 
[2009 新 인터넷] 김유승 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