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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리핑/전자신문] 2009 新 인터넷, (1-3)­이용자 참여가 자율규제 성패를 가름한다

작성자
kiso
작성일
2009-10-08 11:18
조회
8558
'저작권 침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마약 판매나 사이버 상거래 사기가 일어난다. 악성댓글·욕설·비방글들이 여과 없이 배포된다.’
 
인터넷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표적인 시선이다. 특히 카페, 블로그, 뉴스 게시판 등 네티즌 스스로 만든 공간의 경우 이 같은 부작용이 더 증폭돼 나타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자신문이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주요 카페 10곳을 살펴본 결과 이용자 스스로 강력한 규칙을 세워 인터넷 공간을 깨끗하고 건강한 공간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이들이 만든 규칙은 게시글 수 제한에서 언어순화, 저작권 보호까지 법 이상으로 강력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용자들끼리 필요에 의해 규칙을 만들고, 지키고 있다. 이를 어기는 회원에게는 엄밀한 책임을 요구하는 이용자 자율규제를 실천하는 것이다. 네티즌이 만들어가는 자율규제는 정부나 기업이 강제하고 제어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효율적이면서도 후유증은 없다.
 
카페 운영자들 역시 “자체 규칙만으로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입을 모았다. 자율규제의 핵심은 이용자의 자발성이며 이를 유도하는 것이 자율규제 정착에 가장 중요한 사안임을 보여준다.
 
◇규칙 만들기에서 강퇴까지=‘더 워 오브 제네시스-인 아타리아’는 게임 ‘창세기전’ 이용자의 모임인 네이버 카페다.
이 카페는 게임 마니아들이 모인 공간이지만 외계어나 비속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카페 매니저인 김희승씨(21·별명:마루척사)가 만든 카페 내 전 게시물의 비속어 및 인터넷 용어 사용 금지 규칙 때문이다. 이 카페는 개정 저작권법 발효 전부터 불법 다운로드를 금지하고,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개인 창작물 게시물을 올리지 않도록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
 
8만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고양이 애호가들의 모임인 싸이월드 클럽 ‘괴수고양이’는 2005년 회원 수가 1만명을 넘기면서 각종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광고성 게시글이나 고양이 입양과 관련한 사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글을 올릴 경우 경고·탈퇴 조치하는 내용의 규칙을 만들었다.
 
이후 회원 수와 게시물이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저작권 보호 내용까지 포함했다. 건전한 카페 유지를 위해 5명의 운영진은 최소 하루 30분에서 1시간 동안 클럽 글을 모니터링하는 사람으로만 뽑는다. 이 클럽 규칙 중 독특한 것은 하루에 올릴 수 있는 게시글 수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고양이 입양·양육과 관련한 내용이 많은 클럽 특성상 사적인 글로 도배돼 정작 필요한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을 것을 우려한 조치다.
 
◇반발은 잠시, 순기능에 회원도 공감=대부분의 카페는 이런 규칙을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사전 공지를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정, 보완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는 것은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운영진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 때마다 일부 회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규칙이 만들어지고 나면 굳이 운영진이 나서지 않아도 회원들이 서로 규칙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자율규제의 강점이다.
 
김희승씨는 “언어 순화 규칙을 도입하고 나서 다른 회원들이 문제가 되는 글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후에 이 글이 고쳐진 모습을 몇 번 발견했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강보현 괴수고양이 클럽장은 “(규칙 도입) 초기에는 탈퇴하는 회원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는 반응이 많고 회원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대답했다.
 
카페 내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이들에게 가장 큰 벌은 강제퇴출. 얼핏 카페 한 곳에서 활동을 못하는 게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이는 실제 여느 법적 조치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법·제도적 강제보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것이 네티즌의 중요한 가치기 때문이다.
 
다음 카페운영자들의 모임인 ‘카리모’는 각종 불법적 내용의 정보 등을 공유하는 카페나 유해 카페의 정보를 찾아 이를 다음의 클린카페관리센터에 정보를 전달해 불량 카페 자체를 퇴출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양한 지원으로 활성화 노력=글로벌 소셜 네트워킹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지난 3월 이용자가 직접 규정 및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 원칙(Facebook Principles), 권리와 책임 진술(Statement of Rights and Responsibilities) 등 2개의 개정안을 페이스북이 제시하고, 이용자들이 이에 대해 댓글로 의견을 밝히고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회원이 계정을 말소한 뒤에도 해당 회원의 개인 정보를 무기한 관리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개정했으나 회원들의 반발로 이를 취소한 바 있다. 페이스북 사례는 이용자의 힘을 빌려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서비스 기업의 노력을 보여준다.
 
국내 포털 사이트들도 이용자의 자율적인 노력이 어떤 제재나 강제조치보다 효율적이라 판단하고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네이버는 1년간 카페 활동이 많고 공유된 정보의 양과 품질이 우수한 상위 0.1%의 카페를 해마다 ‘대표카페’로 선정한다. 이들 카페는 네이버 카페 홈에 별도로 소개될 뿐 아니라 네이버 검색결과에도 추가해 주고, 대표카페 매니저에게는 별도의 명함도 준다.
 
다음은 우수카페 인증, 검색에서 해당 카페의 상세 정보를 노출해줄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경우 음식과 기념품, 현수막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의 자정활동 유도라는 측면에서는 지원정책이 아직 미흡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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